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자른다는 것

자른다는 것에 대해 수국을 키우고 있다 여름에 꽃을 피우는데 한 아이가 꽃대를 올리는 과정에서 점점 마르고, 잎이 죽고, 점점 생기를 잃어갔다 조금만 힘내면 꽃을 피울 수 있을 것 같아, 물도 더 많이 주고, 햇빛도 더 많이 쬐어주었다. 조금만 더, 조금만 더 힘내보자 결국 줄기 곳곳이 갈색이 되어가고 점점 고개를 숙이고 있는 수국을 발견하고 그때서야 꽃대를 자르고, 거의 모든 줄기들을 다 잘라주었다. 얼마 지나지 않아 생기를 되찾고 새로운 잎들을 조그맣게 내기 시작했다. 나도 조금만 더 매달려보려고 조금만 더 가지고 있어보려고 나를 아프게하고 병들게 하는 것과 사람들을 회색 인간이 되어가도록 잘라내지 못하고 있지 않았을까 꽃은 다음 해에, 좀더 건강한 꽃으로 피우면 된다.

Writing/Daily 2021.07.31

아지랑이

아지랑이 네가 멀리서 주는 빛, 그 따뜻함 미약할지라도 모아놓고 싶어 검정이 되었다 너무 뜨거워진 나는 아지랑이를 피워냈다 일렁임 사이로 보이는 그대는 흔들리는걸까, 나의 뜨거움이 무언가 파동을 만들어 냈을까 확신에 차 있던 여름 길고 차가운 비와 함께 오랫동안 네가 보이지 않았다 나도 식어질 수 있는걸까 차라리 비가 내 검정을 깎아 내려준다면 좋을텐데 다시 네가 날 조금이라도 비춘다면 또 다시 달아올라 일렁이겠지

Writing/Daily 2021.07.31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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