자른다는 것
자른다는 것에 대해 수국을 키우고 있다 여름에 꽃을 피우는데 한 아이가 꽃대를 올리는 과정에서 점점 마르고, 잎이 죽고, 점점 생기를 잃어갔다 조금만 힘내면 꽃을 피울 수 있을 것 같아, 물도 더 많이 주고, 햇빛도 더 많이 쬐어주었다. 조금만 더, 조금만 더 힘내보자 결국 줄기 곳곳이 갈색이 되어가고 점점 고개를 숙이고 있는 수국을 발견하고 그때서야 꽃대를 자르고, 거의 모든 줄기들을 다 잘라주었다. 얼마 지나지 않아 생기를 되찾고 새로운 잎들을 조그맣게 내기 시작했다. 나도 조금만 더 매달려보려고 조금만 더 가지고 있어보려고 나를 아프게하고 병들게 하는 것과 사람들을 회색 인간이 되어가도록 잘라내지 못하고 있지 않았을까 꽃은 다음 해에, 좀더 건강한 꽃으로 피우면 된다.